여기 검고 작은 사각형의 조각들이 있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옷감이 재단되고 남은 자투리들이다. 공장 바닥에 흩어지고, 집진기에 빨려 들어가고, 대부분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우리는 이 조각들을 '슬러지(Sludge)'라 부르기로 했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다. 이름을 얻은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라, 가능성이 된다.
한 사람의 우주를 만드는 일
그녀는 파츠파츠의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어느 날, 임선옥 대표의 작업실에 방문한 그녀는 샘플 작업 후 남은 원단 더미를 바라보았다. 임선옥 대표의 한 마디로 시작되었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한마디에서 시작된 실험이 지금은 하나의 작업 세계가 되었다. 그녀는 매주 파츠파츠의 작업장에서 나오는 슬러지를 건네받는다. 검은색, 짙은 회색, 간혹 푸른빛이 도는 원단 조각들.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보며 결을 읽고, 가위로 다듬고, 바늘로 엮는다. 그렇게 조각들은 거울이 되고, 목걸이가 되고, 작은 오브제가 된다.
1세대 재즈 뮤지션 김준의 아내이자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셰프이기도 한 그녀에게 '만드는 일'은 일상이다.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음식을 내어주는 것도, 조용한 오후에 천 조각을 바느질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동일한 선율 위에 놓인 행위다.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처럼, 먹는 이의 몸을 채우는 요리처럼, 버려질 뻔한 조각들을 쓸모 있는 무엇으로 바꾸는 일은 그녀가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낭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흔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숫자에 집착하곤 한다. 몇 킬로그램의 폐기물을 줄였는지, 몇 퍼센트의 재생 원단을 사용했는지.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파츠파츠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폐기물의 '제로'가 아니라, 가치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슬러지 프로젝트의 본질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미적 전환이다. 산업의 부산물이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예술이라는 새로운 맥락 속으로 사물을 옮겨 놓는 일.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간'과 '손'이다. 기계가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조용히 앉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시간이 쌓일 때, 그 물건은 더 이상 폐기물의 연장선에 있지 않게 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이 깃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나이 듦에 대한 우아한 반박
우리는 종종 창의성을 젊음의 전유물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녀를 지켜보며 우리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녀의 손은 어떤 스무 살의 손보다 정확하고 지혜롭다. 그녀가 만든 작품에는 젊은 창작자들에게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느긋함'이 있다. 서두르지 않고, 완성을 조급해하지 않으며, 과정 자체를 음미하는 태도.
매일 틈틈히 작업을 위해 테이블 앞에 앉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나이는 제약이 아니라 깊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창의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 파츠파츠는 그런 삶의 태도에서 영감을 받는다.

조각들이 만드는 무한한 풍경
그녀의 빨간색 천 위에는 작업 중인 또는 완성된 슬러지 작품들이 있다.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하나하나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광택이 도는 것, 매트한 질감의 것, 다른 색의 실로 포인트를 준 것. 마치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듯, 같은 슬러지라도 그녀의 그날 기분과 손길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엮여 나온다.
이 작은 조각들은 파츠파츠가 걸어온 길 위에 흩뿌려진 별과도 같다. 한 시즌의 컬렉션이 끝나고, 시장의 관심이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 뒤에도, 그녀의 테이블위의 빨간 천 위에서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고 있다. 패션의 빠른 순환 바깥에서, 슬러지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고 있는 것
파츠파츠에게는 특별한 관계들이 있다. 시즌마다 컬렉션을 구매해주는 고객들,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 동료 디자이너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하며 브랜드를 살찌워 온 친구들. 그녀는 그 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증거 중 하나다.
그녀는 말한다. "이 조각들은 버려지는 게 아니야.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의 쓰임이 있고, 그 쓰임을 발견하는 것은 때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사물은 비로소 자신의 두 번째 챕터을 시작한다.
오늘도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가위질 소리와 재즈 선율이 흐르고, 찻잔에서는 김이 오르며, 슬러지 조각들은 한 사람의 손을 기다리며 테이블 위에 쌓여 간다. 그리고 내일이면 그 조각들 중 몇 개는 또 다른 얼굴로 세상과 만날 것이다.
파츠파츠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은 거창한 선언에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실천되는 작은 루틴, 그리고 그 루틴이 쌓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결과물에 있습니다.
파츠파츠 × Jazzy.K 슬러지 프로젝트는 파츠파츠의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단 부산물을 아티스트 Jazzy.K에게 제공하여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협업입니다. 모든 작품은 Jazzy.K의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파츠파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패션 산업의 부산물이 예술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곧 PARTs+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우주를 만드는 일
그녀는 파츠파츠의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어느 날, 임선옥 대표의 작업실에 방문한 그녀는 샘플 작업 후 남은 원단 더미를 바라보았다. 임선옥 대표의 한 마디로 시작되었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한마디에서 시작된 실험이 지금은 하나의 작업 세계가 되었다. 그녀는 매주 파츠파츠의 작업장에서 나오는 슬러지를 건네받는다. 검은색, 짙은 회색, 간혹 푸른빛이 도는 원단 조각들.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보며 결을 읽고, 가위로 다듬고, 바늘로 엮는다. 그렇게 조각들은 거울이 되고, 목걸이가 되고, 작은 오브제가 된다.
1세대 재즈 뮤지션 김준의 아내이자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셰프이기도 한 그녀에게 '만드는 일'은 일상이다.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음식을 내어주는 것도, 조용한 오후에 천 조각을 바느질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동일한 선율 위에 놓인 행위다.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처럼, 먹는 이의 몸을 채우는 요리처럼, 버려질 뻔한 조각들을 쓸모 있는 무엇으로 바꾸는 일은 그녀가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낭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흔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숫자에 집착하곤 한다. 몇 킬로그램의 폐기물을 줄였는지, 몇 퍼센트의 재생 원단을 사용했는지.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파츠파츠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폐기물의 '제로'가 아니라, 가치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슬러지 프로젝트의 본질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미적 전환이다. 산업의 부산물이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예술이라는 새로운 맥락 속으로 사물을 옮겨 놓는 일.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시간'과 '손'이다. 기계가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조용히 앉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시간이 쌓일 때, 그 물건은 더 이상 폐기물의 연장선에 있지 않게 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이 깃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나이 듦에 대한 우아한 반박
우리는 종종 창의성을 젊음의 전유물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녀를 지켜보며 우리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녀의 손은 어떤 스무 살의 손보다 정확하고 지혜롭다. 그녀가 만든 작품에는 젊은 창작자들에게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느긋함'이 있다. 서두르지 않고, 완성을 조급해하지 않으며, 과정 자체를 음미하는 태도.
매일 틈틈히 작업을 위해 테이블 앞에 앉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나이는 제약이 아니라 깊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창의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 파츠파츠는 그런 삶의 태도에서 영감을 받는다.
조각들이 만드는 무한한 풍경
그녀의 빨간색 천 위에는 작업 중인 또는 완성된 슬러지 작품들이 있다.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하나하나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광택이 도는 것, 매트한 질감의 것, 다른 색의 실로 포인트를 준 것. 마치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듯, 같은 슬러지라도 그녀의 그날 기분과 손길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엮여 나온다.
이 작은 조각들은 파츠파츠가 걸어온 길 위에 흩뿌려진 별과도 같다. 한 시즌의 컬렉션이 끝나고, 시장의 관심이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 뒤에도, 그녀의 테이블위의 빨간 천 위에서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고 있다. 패션의 빠른 순환 바깥에서, 슬러지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고 있는 것
파츠파츠에게는 특별한 관계들이 있다. 시즌마다 컬렉션을 구매해주는 고객들,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 동료 디자이너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하며 브랜드를 살찌워 온 친구들. 그녀는 그 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증거 중 하나다.
그녀는 말한다. "이 조각들은 버려지는 게 아니야.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의 쓰임이 있고, 그 쓰임을 발견하는 것은 때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사물은 비로소 자신의 두 번째 챕터을 시작한다.
오늘도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가위질 소리와 재즈 선율이 흐르고, 찻잔에서는 김이 오르며, 슬러지 조각들은 한 사람의 손을 기다리며 테이블 위에 쌓여 간다. 그리고 내일이면 그 조각들 중 몇 개는 또 다른 얼굴로 세상과 만날 것이다.
파츠파츠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은 거창한 선언에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실천되는 작은 루틴, 그리고 그 루틴이 쌓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결과물에 있습니다.
파츠파츠 × Jazzy.K 슬러지 프로젝트는 파츠파츠의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단 부산물을 아티스트 Jazzy.K에게 제공하여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협업입니다. 모든 작품은 Jazzy.K의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파츠파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패션 산업의 부산물이 예술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곧 PARTs+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